내 반쪽

일기장 2024. 12. 19. 07:23

 

친구 여러분!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나 봅니다
오늘 사연은 어리한 제가 결혼하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좀 길군요~ㅎㅎ

때는 1990년 어느 날 나는 잘 다니든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갔다
내가 하는 일은 특별한 장비를 개발하는 업무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본사와 설계사무실은 차로 20분 거리에 있었다
가끔은 회사 경리부에서 업무전화가 온다
사무실에서 내가 막내다 보니 업무전화받는 것은 내 일이다
가끔 기분이 업 되면 농담도 주고받는다
어느 날 본사에서 회식이 있다고 회식장소로 오라고 전화가 왔다
업무를 일찍 마무리하고 룰루랄라 달려간다
평소에 통화하든 경리가 누군지 아리송하다 나이가 비슷한 여자분이
2명 있었다 그중 마음에 드는 여사원도 있고 별로인 여사원도 있었다
나와 통화한 여사원이 내 마음에 드는 여 사원이었으면 했는데
그 여사원이 " 최 대리님 맞으시죠~반갑습니다"
하고 먼저 인사하는 게 아닌가
"아~예 반갑습니다 최병권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신참이라 고참들의 눈치만 보다가 별로 놀지도 못하고 집으로 갔다
다음날부터 얼굴을 한 번 본 터라 업무 전화가 오면 그저 반가웠다
몇 달이 흐른 후 본사에서 호출 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본사에 와서 근무하라는 내용이다

그 당시 우리 회사는 만도기계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
설계업무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가 되니 생산부서에

가서 지원하라는 것이다
다음날부터 본사로 출근을 했다
며칠간은 신참끼리 사이좋게 지냈다 그런데 멀리 있을 땐 몰랐는데 이 아가씨가 상당히 깐깐한 게 아닌가 야! 얼굴은 이쁜데 성질이 지랄 같구먼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조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본사에서 근무하면서 업무상 잦은 마찰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퇴근할 때 같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의 추석 명절을 보낸 어느 날 우리 집에서는 내가 혼기가 찾다며
선 자리를 주선했다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맞선 자리에 나갔다
내가 마음에 들면 상대 쪽에서 신랑감이 별루다 하고 퇴짜를 놓았다
상대가 마음에 들어 하면 내가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선보러 갈 때면 옷차림이 달라서 그런지 경리 아가씨 미쓰리가 어김없이 물어본다
"어디 좋은데 가나 봐요 애인 생겼어요?"
나는 "애인은 무슨 선 보러 갑니다 왜요"
미쓰리 왈 "좋으시겠어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나는 아리송하다 어떤 때는 상냥하고 어떤때는 까칠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여자다
업무상 내가 조금이라도 잘못한 게 보이면 얼마나 매몰차게 뭐라 하는지
엄청 쌀쌀맞게 군다
선을 보고 난 후 다음날 되면 어김없이 묻는다
미쓰리~"선 본건 어땠어요? 아가씨가 이쁘든가요?"
나~"아니 남 선 본 게 미쓰리가 왜 궁금해요 "
나는 기억하기 싫은데 자꾸 묻는다
나~" 아 저리 가요 안 그래도 심란하구먼 자꾸 물어요 묻기를 ~ 쪽팔리게"
나는 불편한 기색을 내 보이며 업무에 열중한다
어느 날 또 나는 맞선 자리가 나와 선보러 갔다
이번에는 웬일로 서로가 마음에 들어 다시 만날 약속을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간다 약속하고도 안 나오는 경험을
몇 번 해서 그런지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기다리던 맞선녀가 나왔다 그런데 친한 동생이라며 동생을 대리고 나왔다
첫날은 그냥 셋이서 재밌게 놀았고 다음에 또 보자고 약속하고 해어졌다
두 번째도 동생을 또 대리고 나왔다 어차피 나온 거 같이 놀기로 하고 또 놀았다
맞선녀가 마음에 든 상태라 별생각 없이 기분 좋게 지냈다
그런데 까칠한 미쓰리가 또 묻는다
" 요즘 얼굴 표정이 밝은 거 보니 청춘사업이 잘 진행이 되나 봐요"
"잘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 뭐 하는 아가씨에요"
"유통 쪽에 일한데요"
"그런데 동생이 더 이쁜 거 같아요"
" 동생이라니요?"
"친한 동생이랑 둘이 나오더라고요"
" 아니 맞선보고 만나는데 동생을 대리고 나온다고요?
"네"
" 아이고 미치겠네 그 여자 나쁜 여자네 그냥 재미로 나온 거 같아요

   다음부터 만나지 마세요 여자 마음은 여자가 더 잘 알아요
   이 여자 분명 몇 번 만나다 그만 만나자 할걸요"
나는 미쓰리의 말을 듣고 속으로 설마 그러려고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흘려 버린다
나는 다시 데이트 약속을 하고 맞선녀를 기다리면서 요번에는 혼자 오겠지 했는데
또 다른 직장 동생이라고 하면서 둘이 왔다 순간 미쓰리의 말이 생각났다.
왠지 찝찝했다 뭐가 잘못되어간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여기서 파투 내기는 내가 좀 옹졸해 보였다 셋이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공원에 가기로 했다
수성못 산책로로 이동하는 중에 동생은 먼저 간다고 한다
드디어 두 사람의 시간이 왔다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물어본다
"친한 동생이 많은가 봐요 매번 동생이 바뀌는 걸 보니"
"같은 매장에서 일하는 동생들인데요 자꾸 병권 씨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요"
"아! 그러세요 그럼 두 번째 만났을 때 다 대리고 나오시지 그랬어요 "
"아! 죄송해요 애들이 하도 극성이라서 ~ㅎㅎ"
이렇게 오늘 데이트는 마무리하며 또 언제 만날까요? 하고 나는 또 약속을 청한다
맞선녀는 웃으면서 " 제가 전화드릴게요 한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면서 앞으로의 청춘사업을 어떻게
진행해 나갈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집으로 간다
다음날 기분 좋게 회사 출근한다
참세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우리 미쓰리는 어김없이 물어본다
"어제도 데이트했어요?"
" 아니요 어제는 데이트 안 했는데요"
나는 거짓말을 한다 동생이랑 같이 나오는 여자랑 만났다고 하면
또 오만 잔소리할 것 같아서 거짓말을 한다
나는 맞선녀로부터 전화가 오기를 기다린다
어! 이상하다 분명히 어제 해어질 때 자기가 전화한다고 했었는데
퇴근 시간 다 되어 갈 때까지 전화가 없다 이상하네
난 맞선녀의 전화를 기다리다 퇴근 시간이 되어 혹시나 싶어 전화기 앞에
서성 거린다
30분이 지나도 전화가 없고 1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없다
그렇게 기다리다 무거운 발 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다음날 나는 풀이 죽어 출근을 한다
다음날도 전화를 기다려 보지만 전화가 없다
이상하다 싶어 소개해 준 분에게 전화를 한다
"맞선녀가 전화한다고 해서 전화 기다렸는데 전화가 안 오는데 무슨 일이 있나요?"
하고 물어본다
소개해 준 분은 우리 큰누나의 친구분이었다
"전화한다고 했으면 하겠지 느긋하게 기다려봐"

이렇게 답변이 온다
나는 전화한다고 한지 이틀이나 지났는데
하고 말꼬리를 흐린다
누나 친구분이 "너 그 아가씨가 마음에 속 드는구나"
"너무 급하면 안 돼 여자는 남자가 너무 다가오면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경우가 있단다"
그 당시 이 답변에 대해 아리송했다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다음날까지 풀이 죽은 상태로 근무한다
오늘은 오겠지 아니면 내가 전화해 볼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미쓰리 가 어떤 여자분한테서 전화 왔다고 전화받으라고. 한다
난 기다리고 기다리든 그 전화일 것 같아 얼른 받았다
약속시간을 어겨 미안하다고 하면서 오늘 저녁에 보자고 한다
나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사무실 분위기를 살피며 사무실 밖으로 나와 앗사!! 하고 환호를 질렀다
나는 퇴근 후 그녀를 만나러 간다 웬일인지 오늘따라 길이 많이 막힌다
약속 장소에 20분이나 지각했다
그녀는 초조한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식사를 하면서 왜 며칠 못 나왔는지 물어본다
그녀는 그냥 대답 대신 미소만 짓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그녀가 나에게 충격적인 말을 꺼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결혼할 준비가 덜 되었다면서 다른 좋은 사람 만나라고 한다
나는 오함마로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직접 말하기 곤란하면 소개해 준 사람에게
말했으면 나는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좋아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야! 이거 장가 한 번 가기 정말 어렵구나 생각하고 그녀에게 급할 거 없으니
천천히 다시 한번 생각해 봐 달라고 부탁하고는 헤어졌다
난 집으로 오면서 하염없어 걸었다
"그래 잊어버리자, 아니야 혹시 마음이 바뀔지 몰라"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잠을 뒤척였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났다
미쓰리가 내 눈치를 보면서 물어본다
"전에 동생분이랑 같이 나왔다는 아가씨 아직도 만나세요? "
난 쪽팔려서 만난다고 대답한다
미쓰리가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지금쯤 본색을 들어낼 때가 되었을 텐데"
하면서 내 얼굴을 빤히 보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간다
어느 날 과장님이 나에게 물어본다
"청춘사업은 잘 돼가냐?"
나는 말한다 "참 어렵네요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다 싶어
다가가면 도망가네요 "
과장님이 한 말씀 더 한다 " 인연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가까이서 찾아봐"
알 수 없는 말을 던지고 간다
나는 기분도 별루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해서 오후에

조퇴를 하고 퇴근을 한다
오락실에 가서 여러 가지 게임을 하며 마음을 달랜다
좋은 인연이 또 있겠지 하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어느날 미쓰박이 나에게 넌지시 일러준다 "미쓰리 오늘 선보러 간데요"

하고 말이다
나는 이상했다 미쓰리 선 보러 가는 걸 왜 나에게 알려주나 싶었다
미쓰리의 옷차림을 보니 화사하니 이쁘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평소에도 미쓰리가 살살 맞게 굴어도 싫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이상하다
퇴근 시간이 되어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미쓰리가 내 앞에 와서
"어때요 요번에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하나 장만했는데 어울리나요?"
하고 묻는다
" 잘 어울리는데요 어디 선 보러 가나요?"
하고 나는 묻는다
미쓰리가 대답한다
" 가기 싫은데 집에서 가라고 하는 선 자리가 있어요 "
하고는 가벼운 걸음으로 버스 정거장으로 향한다
버스가 도착했다 미쓰리는 버스를 탔다
그러나 난 버스를 타지 않았다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미쓰리가 타고 간 버스를 바라본다
나는 생각한다 이게 무슨 감정이지 왜 미쓰리가 선 보러 가는데
내 마음이 불편하지 몇 정거장을 걸어가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날 나는 미쓰리에게 물어본다
"어제 선 본건 잘 되었나요?"
미쓰리가 대답한다
"별로 였어요"
나는 마음속으로 다행이다 생각하며
"아! 그래요" 하고 대답한다
그렇게 우리는 직장 동료로서 관계를 유지해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미쓰리가 신경이 쓰인다
일하는 모습을 자꾸 쳐다보게 된다
어느 날 거래명세표 때문에 말다툼이 크게 있었다
말다툼이 있고 난 후 며칠간 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또 미쓰리가 선 보러 간다고 한다
속으로 미쓰리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그날 나는 또 버스 정거장을 지나 하염없이 걸었다
몇 정거장을 지났는지 한참 후에 버스를 타려는데 내 앞에
미쓰리가 서 있지 않는가
깜짝 놀라 물어본다
"오늘 선 보러 간다고 안 했어요?"
미쓰리 왈~"무슨 남자가 눈치가 그렇게 없어요"
"밥 먹으러 가요!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걷고 있어요"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며 미쓰리를 따라간다
식당에 앉자마자 대뜸 한다는 소리가 "나도 여자예요
왜 딴 대만 자꾸 봐요 바보같이....."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미쓰리의 시선만 회피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미쓰리는 또 나에게 따지듯 말한다
무슨 남자가 말다툼 좀 했다고 며칠을 말을 안 해요 말을~~
나는 반박하듯 말한다
"아니 나한테만 유독 쌀쌀맞게 그러잖아요
다른 사람들한테 그러지 않으면서"
미쓰리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이러니 여자 마음을 모른다는 거예요"
"신호를 주면 뭐해 눈치를 못 채는데 바보같이"
우리는 이렇게 회사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했고
지금의 나의 반쪽이 되었다
회사에서 나만 모르고 다 알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이 머지않아 부부가 될 것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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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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